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광고.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과도한 직원 대상 특혜대출 관행을 시정하도록 혁신지침을 개정했지만, 아직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는 공기업이 넷 중 셋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내 대출은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도입한 사내 복지제도의 일환이다. 그러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운 수준의 과도한 특혜대출은 고쳐야 한다. 상당수 공기업이 직원 대상 주택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해 7월29일 개정한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사원 대상 생활안정자금을 2000만원까지만 대출하도록 하고 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무주택자가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하고, 담보인정비율 규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금리는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가계자금 가중평균 대출금리를 하한선으로 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 등 36개 공기업이 지난 8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혁신계획서를 보면, 75%에 이르는 27개 공기업이 지침에 어긋난 대출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경우 연 1.5% 금리로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사내 대출이 직원 복지의 일환이라고 해도 대출금리를 시중금리에 전혀 연동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게다가 대출액이 매우 크니 특혜대출이란 비판이 나온다. 공기업은 고용 안정성이 높고 급여 수준도 낮지 않은데, 경영 감시가 철저하지 못한 틈을 타 노사가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담보인정비율 규제를 피해 대출해주는 것은 금융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금융감독당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처다.
공기업 경영진이 기관평가에서 불이익을 우려하면서도 기존 대출제도를 유지해온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라 노동조합이 반대하면 고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공기업이 이번에 낸 혁신계획안에선 혁신지침에 맞춰 사내 대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실행에 옮겨질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공기업의 저금리 특혜대출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도 혁신지침에 따라 제도 개선에 협력하고, 사원 복지는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