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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회적 합의’ 이행 다시 합의한 SPC, 이번엔 꼭 지켜야

등록 2022-11-04 18:00수정 2022-11-04 18:30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SPC)본사 건너편의 파리바게트 매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에스피씨(SPC)그룹의 에스피씨 피비파트너즈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가 지난 3일 ‘사회적 합의 발전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2018년 1월 에스피씨그룹이 노조, 가맹점주협의회, 정당, 시민사회 등과 맺은 ‘사회적 합의’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이 기구의 주요 과제다. 합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로 다시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에스피씨가 사회와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스피씨의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110억여원 미지급 문제가 불거진 건 2017년 9월이다. 에스피씨는 제빵기사 등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조차 거부하다 과태료 162억원을 부과받자 사회적 대화에 나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 고용과 본사 수준의 임금 인상 등 12개 항목에 합의했다. 과태료도 전액 면제받았다. 그러나 피비파트너즈를 통한 고용 등 극히 일부 내용만 이행했을 뿐, 외려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에 대한 탈퇴 회유와 승진 차별을 일삼았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리자 행정소송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노조와 시민사회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선 지 1년4개월 만에 이뤄졌다. 그사이 임종린 노조 지회장이 목숨을 건 53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였고, 시민들은 불매운동으로 연대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그룹 계열의 빵 반죽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야간작업을 하다 안전설비가 없는 기계에 끼여 참혹하게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런데도 회사는 동료의 죽음을 앞에서 목격한 노동자들을 이튿날부터 작업에 투입했다. 이에 공분한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다시 들불처럼 번져갔고, 피비파트너즈 임직원 28명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에스피씨는 몇차례 신뢰 회복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이번 합의도 수능시험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눈가림이 아니냐는 불신을 사면서, 적잖은 시민들이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 경시와 인명 경시의 뿌리가 하나임을 보여준 국내 1위 제빵기업의 ‘자승자박’이지만,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합의에 제빵기사 등의 점심시간과 보건휴가·연차휴가 보장이 포함된 것은 전향적이라고 본다. 이번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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