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이 체결됐다. 시민사회단체와 경제계, 노동계, 정부 등이 모두 참여한 사회협약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만큼은 누구나 절박한 과제로 느낀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지속을 위해 이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사회협약은 다양한 실천 계획을 담고 있다.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임금체계 개편과 연동한 정년제도 개선, 연금제도 개선 등이 눈에 띄는 내용이다. 각 부문별 과제 또한 일일이 열거되어 있다. 정부의 몫 외에도 경제계, 노동계, 종교계, 여성계, 시민사회단체가 나름대로 몫을 나눠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효 문화 정립, 결혼 장려 운동 등 더러는 효과가 의심스런 일들도 있다. 남성의 출산휴가를 경제계의 자율적 실천에 맡기기로 한 것 등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정부가 이행하기로 한 것들 또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다함께 과제를 풀어가자는 의지만큼은 의심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같은 논리로, 이 대책이 성공하려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같은 의지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다수가 비관적으로 또는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출산장려 대책 따위는 절대 성공할 리 없다. 그래서 관건은 진정한 공동체 정신이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여파만큼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더 가진 이들의 양보가 절실하다. 이런 공동체 정신이 갖춰진다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그리 큰 일은 아니다. 부담을 나누자는 합의가 있다면 세금을 따로 걷는 것도 큰 일은 아니다.
당장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공동체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로 본다면, 경제 형편이 나은 나라들이 출산을 늘리겠다는 건 어쩌면 이기적일 수도 있다. 저출산 문제를 꼭 ‘우리의 핏줄’로만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차별 없이 받아주기만 한다면 기꺼이 일할 용의가 있는 이들이다. 그들도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급격한 이주민 유입 등 부작용 해결 방안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래서 진짜 관건은 열린 공동체 의식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