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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6자회담·작통권에서 한목소리 낸 한-미 정상회담

등록 2006-09-15 20:15

사설
어제 새벽(한국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 접근 방식과 한-미 동맹의 미래를 놓고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두 나라 정부의 공동인식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 합의가 부족한 건 아쉽지만 함께 애써야 할 방향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는 이번 회담 자체보다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곧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이 만나기로 돼 있다. 정부는 두 달 남짓 전부터 진행돼 온 협의를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움직임은 우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압박·제재 위주로 흐르던 미국의 대북 정책에 제동을 건 측면이 있다. 나아가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모든 가능한 정책을 조합해볼 동력을 확보한 점에서 주목된다.

새 접근 방안에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6자 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미국이 ‘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법집행일 뿐’이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미국이 정권교체 시도의 하나로 금융제재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 해법이 없는 한 다른 정책 조합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뉴욕 접촉에서 북한이 미국에 제의한 비상설 협의체 구성이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북한 방문 등도 다시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

6자 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노력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사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굴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미국이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를 기다리는 것도 잘못이다. 최근 몇 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이 떠돈 것은 북한도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걸로 해석된다. 지금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은 포괄적 접근방안을 만들어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은 합리적 태도다. 이 문제를 두고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질서있게 협의가 이뤄진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언급이기도 하다. 국내 일부 보수세력도 이제 작통권 환수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순조로운 환수 방안에 논의를 집중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 구축에 기여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룬 세 가지 핵심 의제는 해법의 방향이 분명한 것들이다. 곧, 북한 핵 문제는 협상을 통해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작통권은 질서있게 환수돼야 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서로 이익이 될 때만 의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 협상과 관련해 ‘시간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도 이 원칙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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