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25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또 참패함에 따라 여권 안에서 정계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들끓는 모양이다. 김근태 의장은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고 평화번영 세력의 결집을 통해 국민에게 새 희망을 제시하겠다”고 정계개편 추진을 공식화했다. 여당 의원들도 끼리끼리 모여 ‘재창당을 해야 한다’거나, ‘전당대회를 앞당겨야 한다’, ‘헤쳐모여식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갖가지 의견을 내놓는다.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모두 ‘현재의 열린우리당으로는 안 되니 새 판을 짜자’는 얘기다.
지지난해 17대 총선 이후부터 지는 데 이골이 나고 이번 선거 결과도 예견된 것이기는 하지만, 집권 여당 후보가 수도권에서 원내 제4당인 민주노동당에도 뒤진 패배 내용 때문에 여당의 충격은 더 큰 것 같다. 오죽하면 당 지도부의 한사람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표현했겠는가. 국민들의 여당 외면 정도가 갈수록 커지니 그들이 느낄 위기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나오자 마자,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정계개편론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지금은 연이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면밀히 따져 잘못을 통절하게 반성할 때이지 세불리식 정치판 짜깁기에 나설 때가 아니다. 더구나 북한 핵실험이라는 겨레의 운명이 걸린 사안이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고, 민생법안 등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집권 여당이 국민에 진 의무는 뒷전으로 미룬 채 정치판 바꾸기에 몰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설령 지금 일부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헤쳐모이고 고건씨가 가담하는 새판짜기를 한들, 냉담한 지지자나 유권자들의 마음이 되돌아 가겠는가. 그리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뿐더러 민심의 흐름을 가볍게 보는 것이다. 정책은 엉키고, 당정 간에는 손발이 맞지 않고, 의원들은 지리멸렬해서 자기만 살려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게 열린우리당이 보여온 모습이다. 다른 세력과 이합집산으로 겉모습을 바꾼다고 유권자는 감동하지 않는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몸을 낮춰서, 어렵더라도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갈 때 지지율은 오른다. 설사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큰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략적이고 섣부른 정계개편은 정치발전에 역행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