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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본분 망각한 법원-검찰 힘겨루기 지켜봐야 하나

등록 2006-11-03 18:52수정 2006-11-03 19:54

사설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 쪽 피의자의 구속·체포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의 반발이 거세다.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수사 주체인 대검 중수부장은 공개적으로 반박 의견을 냈다. 기각 직후 증거 보강 없이 영장을 재청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건 유감스런 일이다. 최근에만 법조비리 수사,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성 발언과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하고 반목했다. 나름의 이유를 들지만 본질은 사법 주도권을 둘러싼 공방이다.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안중에 없는 태도는 시시비비를 떠나 볼썽사납다.

이번 사안만 놓고 보면, 검찰 항변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귀국 보장을 조건으로 내거는 점, 수백억원대 주가조작 혐의가 소명됐음에도 영장이 기각된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이 그렇다.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들의 국제적 신인도를 거론한 점 역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로서는 공판중심주의 도입으로 법원 권한이 강화되는 터에, 최근 주요 사건의 영장 기각률이 높아지자 더는 밀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러나 개별 사안을 놓고 총장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수많은 형사사건 중에는 검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경우도, 반대로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한 결정을 내린 사건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증거를 보강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아니면 검찰 말대로 법이 정한 불복 절차를 밟으면 된다. 법원의 판단을 ‘코미디’라고 폄훼하거나 추가 증거 없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영장 발부 시스템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공식적인 협의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면 될 일이다. 언제까지 여론몰이와 힘겨루기를 통해 국민들한테 누가 옳은지 가려달라는 식의 구태를 반복할 셈인가.

법원과 검찰은 형사사법 시스템을 이루는 두 축이다. 범죄를 단죄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소임에는 법원과 검찰이 다를 바 없다. 국민들이 관심을 쏟는 건 외환은행 매각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다. 수사 기법상의 문제인 피의자 구속·불구속 여부가 아니다. 본연의 임무를 외면한 이해 다툼은 사법 불신을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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