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제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전국 60여 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들로부터 항의와 해명을 요구받았다. 이 단체가 하부조직인 뉴라이트 대학생연합을 통해 전국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대학교에서는 금품과 취직을 보장하며 선거 출마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다른 학교에선 금품 제공 의혹이 잇따랐다. 뉴라이트 대학생연합 쪽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학생들에게 선거실무를 가르치는 선거학교를 열고, 부산대 총학생회장 후보자에게 금품까지 제공했으니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하려 한 시도는 부정할 수 없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출범할 때부터 가치와 목표가 충돌하는 기묘한 단체였다. 김진홍 상임의장은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확고히 수호하는, 정당운동이 아닌 가치운동 혹은 국민운동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창립 선언문은 좌편향 정권의 재집권 저지를 활동 목표로 삼아, 정치결사체로서 성격을 분명히했다. 이런 이중적 태도 때문에 이 단체는 시민운동을 앞세워, 한나라당 2중대 구실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둘러싼 성격 논란은 더 불필요하게 됐다. 대학 총학생회 선거 개입은 기존 정치권도 시도하지 않는 레드라인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자처한 이들은 감히 이 선을 넘었다. 대학가를 정치화하고, 학생들을 정치적 전위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대학이 자율성을 생명으로 하는 이유는, 그곳이 새로운 지식 제도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창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기성의 제도나 관습에 매이지 않고, 대안 창조의 능력을 쌓아간다. 그곳을 현실 정치의 복사판으로 만들어 갈등과 충돌을 확대 재생산하려 했으니 참으로 착잡하다. 이 단체가 7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183개 지역조직을 확충하고, 직능조직도 9개나 갖췄으며, 회원도 11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놀랍다. 이제 정치세력으로 공식화하는 편이 국민을 덜 기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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