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의 두번째 4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2월의 첫번째 보고서는 확인된 과학적 사실 중심이었다. 지구 온난화는 진행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인간의 행위에 있고, 온난화는 앞으로 더욱 빨라지리라는 내용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온난화가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으로, 대륙과 해양을 포함한 많은 자연계는 이미 지역별 기후변화, 특히 기온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단정했다.
사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홍수와 가뭄, 물 부족, 해안 범람 등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생물의 대량 멸종, 식량 생산 감소와 기아인구 증가, 전염병 확산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리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중국 대륙에서의 홍수는 반 폐쇄적인 서해의 오염을 가중시켜 어장을 황폐화하고, 기온 상승은 전통적인 농업생산 기반을 붕괴시킨다. 온난화의 책임은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배출해 온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있지만, 피해는 제3 세계의 가난한 농어민들이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선진국은 이미 그 폐해를 예상하고,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있다. 높은 기온에 적응하는 유전자 조작 종자를 개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3 세계는 농업생산의 붕괴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살아남으려면 종자를 얻어 쓰는 등 선진국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 지구적 양극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긍정적인 노력도 진행되고 있긴 하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20% 감축하기로 했다. 2012년까지 8% 감축을 약속한 교토의정서보다 획기적이다. 소극적이었던 미국에서도, 지구 온난화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가 하면, 대법원이 현행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과 관련한 행정부의 위법성을 판시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방출규제와 함께 청정에너지 경제체제로의 전환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변화는 개발도상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요구하리라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산업정책이나 교통정책 등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개도국으로선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예상되는 농어민의 피해, 산업정책의 급격한 변화 요청 앞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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