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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른바 ‘주요’ 사립대, 대학인가 마피아인가

등록 2007-06-13 18:07수정 2007-06-13 18:56

사설
연세대 등 이른바 ‘주요’ 사립대들이 올 정시 전형에서 내신 반영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한다. 내신 4등급까지 만점을 준다는 것으로, 사실상 내신의 변별력을 없애는 방안이다. 이것이 도입될 경우 정시에서의 당락은 순전히 수능이나 논술 면접 점수로 결정된다. 그동안 2008년 입시를 공교육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고, 내신 50% 이상 반영 등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선발을 강력히 권고해 온 교육부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이들 대학이 학교교육 정상화 노력을 흔들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검토했다는 방안은 최악이다. 지난 3월 이들은 정시 모집의 학생부 반영 비율을 50%(서강대만 40%)로 높이는 내용의 입학전형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학들은 말이라고 맞춘듯 전체 정원의 20~30%를 수능 위주로 뽑는 전형을 슬그머니 포함시켰다. 수능 위주 외에 내신 수능 논술로 선발하는 전형이 있지만, ‘내신 4등급까지 만점’ 방안이 도입되면 전체 정원의 50% 안팎을 선발하는 정시에서 내신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학생부를 충분히 반영하는 수시가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대꾸하지만, 순수하게 학생부만으로 뽑는 학생 수는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많아야 17%이고, 대부분 5~9%에 불과하다. 특기생 선발 등 수시의 나머지 전형 역시 특목고 등에서 특별하게 훈련된 학생들에게나 유리하다.

이것이 중고교 학생에게 끼칠 영향은 심각하다. 수능과 논술 사교육 의존도는 더 커진다. 특목고 선호도를 높여 중학 과정에서도 사교육 열풍을 피할 수 없다. 자연히 학교 교육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대학의 목표는 양질의 대학 교육을 통해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이다. 우수한 신입생을 독점하는 게 목표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잘 가르치는 건 외면한 채, 공교육을 파탄내는 짓이나 하는 건 이른바 주요 대학들이 할 일은 아니다.

이 대학들은 몇 해 전부터 입학처장 모임을 운영해 왔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이제 정부에 맞서고 교육정책을 흔들 만큼 결속력이 강해지고 힘도 세졌나 보다. 공동 순회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선 대학 등급화까지 조장했다. 교육계에 마피아가 등장한 느낌이다. 그 앞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나 놓는 교육부가 작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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