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환율이 며칠째 올라 연초 대비 10%가량 상승했고, 우리나라의 신용위험도는 두 달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융기관들의 국외 차입여건도 악화돼 시장 불안은 당분간 지속할 듯하다.
윤증현 경제팀으로선 내우외환의 시험대에 놓였다. 이런 때일수록 방향을 잘 잡고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금융불안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우려 영향도 있으나 국외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몇몇 동유럽 나라들의 부도 가능성에 더하여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기대에 못미친 탓이 크다. 외국인 채권 만기가 다음달에 집중돼 이른바 3월 위기설까지 떠돌고 있다. 3월 위기설은 기우라고 해도 세계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져 지역 곳곳에서 해일이 밀려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을 자제해야 한다. 시장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환율을 끌어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4월 말 한-일 통화교환 만기를 조기에 연장하는 등 긴 호흡으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팀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내수 부양과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2분기 바닥을 찍고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막연한 낙관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경은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예산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쓰임새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삽질 경제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경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거론하는 걸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350만명에 이르러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지만, 성급히 쏟아부어선 별 효과 없이 재원만 소진할 우려가 있다. 감세로 세수를 줄여놓고 추경을 하자는 것도 자가당착이다.
129 콜센터에는 난방비가 없다, 죽고 싶다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상담원들 얘기로 현장은 더 절망적이라고 한다. 위기 여파로 가장 힘들게 된 건 서민들이다. 그나마 배가 균형을 유지할 때 거센 파고에 휩쓸릴 위험이 낮아진다. 그러려면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전임 경제팀과는 다른 종합적이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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