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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튜브 내쫓고 인터넷 후진국으로 가려 하나

등록 2009-04-10 19:13

사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확대 방침에 반발해 한국내 서비스를 일부 차단했다. 이로써 실명제 대상인 유튜브 한글사이트에선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릴 수 없게 됐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인터넷 실명제로 우리는 하루 2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사이버 공간을 사실상 잃게 됐다. 각국 정부가 유튜브를 적극적인 홍보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외로운 미아 신세가 된 셈이다. 과연 이게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결과인지 묻고 싶다.

단지 유튜브의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표현의 자유에는 분명히 책임이 따른다. 그렇다고 모든 표현을 실명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인터뷰를 할 때, 출판물을 낼 때도 익명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를 부인하고 실명제를 고집하는 것은 인터넷 여론을 정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익명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매체든 고유한 특성이 있는 법이다. 자유로운 익명의 공간으로 출발한 인터넷을 법과 제도로 옭아맨다고 정부 의도대로 실명제가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도용한 가짜 아이디가 판칠 가능성이 높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바란다면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물을 막으면 다른 곳으로 돌아 흐르기 마련이다. 실명제 때문에 유튜브 한글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됐지만, 미국에 서버를 둔 유튜브닷컴을 이용해 우회하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릴 수 있다. 다만 나라를 한국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실명제는 또 국내 이용자들을 국외 사이트로 내몰아 우리의 인터넷 산업과 문화를 위축시킬 것이다.

사이버논객 미네르바 구속으로 우리나라는 인터넷 여론 통제국이란 오명을 듣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이버모욕죄까지 추진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며, 인터넷 후진국을 자초하는 일이다. 인터넷은 이미 국경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을 정부의 잣대로 통제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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