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의 보도를 막기 위해 국세청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폭로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을 구속한 것도 입을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무엇이 두렵기에 그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 공개된 안 국장의 메모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서울 도곡동 땅 의혹의 보도를 막으려 안간힘을 쓴 듯하다. 조선일보사가 발행하는 <월간조선>이 ‘2007년 대선 때 논란이 됐던 도곡동 땅이 실제로 이 대통령 소유였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국세청이 확보했다’는 내용을 기사화할 듯하자, 국세청·국정원·청와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보도를 막으려 로비를 펼쳤다고 한다. 지난달 20일에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백용호 국세청장을 직접 만났다. 방 사장이 회동에 앞서 의혹 관련 기사 내용을 챙겼다니 무엇을 논의했을지 짐작이 간다. 실제로 회동 뒤 관련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른 사정이 있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정부가 언론의 입을 다물게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언론통제라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안 국장에 대한 압박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 국장은 지난 2007년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번지 땅의 실소유주 이명박’이라고 기록된 포스코건설 쪽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재산을 숨기고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이 대통령에게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땅이 아니라며 면죄부를 줬던 검찰의 비비케이(BBK)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안 국장은 이 때문에 자신이 청와대로부터 대통령 뒷조사를 한 인물로 지목돼 불이익을 받았으며, 이를 국세청 감찰부서에 하소연한 뒤에는 되레 의혹을 유출할지 모른다며 더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검찰이 안 국장을 긴급체포한 것이 이런 배경에서라면 검찰 역시 입막음에 동원된 셈이다. 이것 말고도 검찰이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소환을 오랫동안 미룬 채 방관하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데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은폐 시도를 포기하고 진실 규명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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