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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격적인 화폐개혁과 북한의 어려움

등록 2009-12-02 22:03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해, 오는 6일까지 기존 화폐와 새 화폐를 100 대 1의 교환비율로 바꾼다고 한다. 전격적인 조처여서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진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전과는 달리 북한 당국이 초기에 내용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많은 화폐개혁이 그렇듯이 북한의 이번 조처도 일단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고 장롱화폐를 끌어내는 데 주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화폐개혁을 했으나 기존 화폐의 교환비율을 크게 떨어뜨린 것은 1959년뿐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극심했던 인플레를 잡고 투자재원을 마련하려 한 당시와 지금 상황이 일맥상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시장경제 요소를 일부 도입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물가가 30배 정도 올랐다고 한다. 또 공식경제 바깥에서 부를 축적한 일부 부유층이 집 안에 쌓아둔 돈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돈이 돌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번 조처는 정치적 의미도 지닌다. 화폐교환 과정을 통해 부정부패를 색출하고 지배질서를 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사회적 통제 강화는 국가기관의 지배력을 높일 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를 대비한 안정적 후계체제 구축과도 상관이 있을 법하다. 한마디로 이번 화폐개혁은 경제난을 극복할 계기를 만들고, 주민들에 대한 고삐를 죄어 정치적 안정을 꾀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인 셈이다.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의 상황이다. 북한 경제는 이미 시장경제 부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적잖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통해 이를 무리하게 국가 부문으로 흡수하려 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으로도 경제적 활력을 되찾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경제가 안정적인 개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주변국들 역시 적절히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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