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세종시 수정안을 구체화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내용은 애초 예상했던 대로다. 구체적인 법안을 보면 형평성 논란을 빚는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환매청구권 제한은 위헌 시비까지 일고 있다. 수정안 관철을 위해 기존 법체계까지 엉망으로 만드는 꼴이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그런 시도 자체가 큰 문제다.
위헌 시비가 붙고 있는 대목은 원주민들이 환매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정부는 기존 법에 환매권 제한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위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사업을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당연히 환매청구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그것이 적정해야 하며,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는 법 정신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오죽하면 여당 안에서조차 위헌 얘기가 나오겠는가. 특별법이라는 점을 앞세워 손쉽게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원형지 개발 허용 기준도 제멋대로다. 애초 대규모 땅에만 원형지 개발을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연친화적이고 입체적인 형태의 도시 개발’이란 모호한 조항이 추가됐다. 자연친화적이고 입체적이란 것의 객관적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다. 혁신도시는 ‘혁신도시 기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경우’까지 들어갔다. 기업도시는 이런 제한도 없이 조성토지와 똑같이 공급이 가능하게 돼 있다. 원형지 공급은 저렴한 땅값과 큰 개발이익 때문에 특혜와 형평성 시비가 그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마구 풀어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세종시에 설립될 특수목적고 등에 전국 단위 모집을 허용한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외국어고의 경우 모두 시·도 단위로 모집되고 있으며 전국 단위 모집은 한곳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국 단위 모집을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교육과학기술부 관리들조차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한다. 현행 고교 진학 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급조된 세종시 수정안은 국민의 기본권은 물론 헌법과 법률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세종시 수정이 애초부터 잘못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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