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편법 증여 의혹과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재벌그룹들의 이런 비리는 이제 만성이 될 정도로 일반화했다. 더는 같은 유형의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서울인베스트가 제기한 편법 증여 의혹을 보면, 삼성이나 현대 등 대재벌들의 행태를 그대로 빼닮았다. 개인 회사인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편법으로 자녀에게 넘겨준 뒤 그 자회사가 주요 상장사의 지분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태광산업의 이호진 회장은 외아들인 현준(16)군에게 비상장사인 티시스와 티알엠의 지분을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헐값으로 넘겨줬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아들 재용씨에게 에버랜드 지분을 헐값에 넘겨준 것과 같은 방식이다.
태광그룹의 주요 계열사간 지분 양도 과정에서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은 보유중인 대한화섬과 흥국화재 지분을 한국도서보급과 흥국생명에 양도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안 받아 태광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한다. 이 회장 가족기업인 비상장회사나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자산을 몰아주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이 횡행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다. 선친이 남긴 태광산업 주식을 차명으로 숨겨놓고 있다가 이 가운데 일부를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있지만 이런 비리도 재벌들의 일반적인 행태다. 차명계좌 보유 실태 등을 철저히 밝혀내 세금 추징 등 합당한 조처를 해야 한다.
태광그룹은 국내 40위권의 재벌로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럼에도 하는 행태는 대재벌의 수법과 똑같다. 이는 삼성 등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검찰이나 법원,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이 엄정하게 처벌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던 탓도 있다. 삼성의 에버랜드 주식 헐값 발행 사건도 여러 해를 끌다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했다. 태광에 대한 이번 수사에서는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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