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한겨레 창간제호 배경에 사용됐던 백두산 판화. 이철수 작
[한겨레 창간25돌] 청년언론, 공감세상
2013년의 눈으로 쓰는 다짐
2013년의 눈으로 쓰는 다짐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스물다섯살 한겨레는 지나간 25년을 돌아본다. 창간모금의 기억을 떠올려 위로로 삼기 위함이 아니다. 오늘 한겨레의 시선은, 1988년 창간주주의 따뜻한 손보다 2013년 창간주주의 손에 들린 회초리에 가 있다. 한겨레는 참언론을 만들라며 국민이 보내온 기대에 부응해왔는가? 2012년 대선을 지나면서, 자문은 더욱 아프게 한겨레의 가슴을 찌른다. 한국 사회는 25년 전과 달라졌고 사회적 과제도 진화했다. 한겨레 저널리즘이 달라진 사회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해왔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 25년 미래기획티에프’는 무엇보다 창간정신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반성한다. 1988년의 창간선언문을 2013년의 눈으로 새로 써야 할 시점이라 판단했다. 진화한 창간정신이 가리키는 곳에 ‘개방·공유·협력’의 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미래의 한겨레는 25년을 새롭게 걸어갈 것이다.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개방·공유·협력으로 펼치는 ‘전체 그림’
지난 25년 한국 사회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사회와 언론도 변했다. 진보도 달라져야 한다. 인식틀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의식은 빠르게 변하는데 과거 기득권 사고에 갇힌 진보와 보수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는 이런 인식과 현실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기성 정당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운동가를 서울시장으로 뽑고, 대선 무렵에는 벤처사업가 출신 안철수 의원에게 큰 관심을 뒀다. 진보의 인식과 실천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진보의 맹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민족·민생’ 창간정신
시대변화에 발맞춰
‘개방·공유·협력’으로 재구성
실체적 진실 담은 ‘전체그림’으로
한국사회 미래 그려갈 것 먼저 협력, 사회성, 공공성으로 이어지는 진보적 담론의 흐름이 있다. 2013년 진보의 흐름은 사회성과 공공성을 재발견해 확장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사회책임경영 등 사회적 경제의 영역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들은 협력과 공유, 개방이란 가치와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고 ‘전체그림’(whole picture)을 보여주는 언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전체그림이란, 지금까지 한겨레 저널리즘이 불완전한 그림임을 전제한다. 그것은 정의롭되 종이신문의 상상력과 한계에 갇힌 것이었다. 소통을 통해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는 독자에게 사건과 현상에 대한 ‘전체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그림은 맥락과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시민과 직업 언론인의 역량이 결합돼 공적 이슈로 연결되는 뉴스를 말한다. 전체그림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는 공감과 신뢰를 얻고, 확장성을 가질 수 있으며 영향력을 늘려갈 수 있다. 이런 전체그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소통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게 될 전체그림은 어떤 성격을 가질까? 미래 한겨레 저널리즘의 전체 그림은 무엇보다 풍부할 것이다. 세상의 다양성, 역동성에 눈과 귀를 열 것이다. 정당정치뿐 아니라 삶의 정치에 눈 돌릴 것이다. 미래 한겨레는 담대할 것이다. 저항을 넘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우리는 공정할 것이다. 한겨레에게 정파적 관점은 숙명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인간다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포기할 수 없는 깃발이다. 그러나 미래의 한겨레는 이런 건강한 정파성을 협소한 당파성에 가두지 않을 것이다. 정파성은 역설적으로 보편성을 갖추어야 설득력이 있다. 미래 한겨레는 ‘보편적 정파성’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한다. 우리는 친절할 것이다. 안종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1980년 3월17일치 <동아투위 소식>에서 “지금 같은 부처 출입제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너무 관 위주의 취재여서 민중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라고 일갈했다. 미래의 한겨레는 출입처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공급자 위주의 기사를 줄이고 독자와 대화하며 그들의 문제를 파악하는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가르치는 기사가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쓸 것이다. 온라인 기술은 언론의 이런 역할을 독자, 전문가들과의 협력적 생산과 소비라는 네트워크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새로운 진보적 가치와, 미래 한겨레의 새로운 전략은 바로 여기서 만난다. ■ 미래 25년은 ‘말 거는 한겨레’ 개방·공유·협력은 뜬금없이 올려진 깃발이 아니다. 그것은 한겨레의 디엔에이에 잠재되어 있었다. 한겨레는 국민 참여 방식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언론사다. 사회와 대화해야 할 숙명을 타고났다. 창간 직후 지면에 ‘국민기자석’을 만들어 국민 모두를 기자로 초빙한 것도 신문사가 가질 수 있는 교조와 독단을 경계하고자 함이었다. 소통과 협력은 그 자체가 정의나 목적이 아니다. 소통 없이 진리의 담지자가 한겨레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일상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또한 언론사 외부의 변화를 예민하게 흡수하기 위해서 소통은 필수다. 대화가 부족한 언론이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기는 불가능하다. 소통의 디엔에이를 갖춘 미래 한겨레는 다음과 같이 진화해 가며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넓히며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강연자에서 사회자’가 될 것이다. 과거 언론은 게이트키핑과 의제설정 등을 통해 독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미리 정해주는 강연자였다. 미래 한겨레는 세미나의 사회자처럼 대화와 소통으로 뉴스를 만들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한겨레는 열린 포럼이 된다. 이제 독자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뉴스 제작에 참여한다. 독자들에게 뉴스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소리치는 자에서 이끄는 자’가 될 것이다. 한겨레는 지금까지 은폐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문제가 있다고 소리치는 역할만으로도 가치가 컸다. 그러나 미래의 한겨레에게 진보란 ‘나쁜 것이 아닌 것’ ‘나쁜 것에 반대하는 것’ 수동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진보의 정체성을 가진 한겨레는 열린 자세로 현실의 대안과 미래의 비전을 상상할 것이다. ‘편드는 자에서 성찰하는 자’로 거듭날 것이다. 민주-반민주, 민족-반민족, 노동-자본과 같은 선악의 이분법은 유효하지 않다. 한겨레의 비판이 설득하는 힘을 가지려면 성찰하는 자세가 함께 따라야 한다. 미래 한겨레의 비판은 ‘성찰적인 비판’이 될 것이다. 성찰적 비판은 세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비판 대상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 둘째, 방법이 옳아야 한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비판이어야 한다. 셋째,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대안이나 비전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2013년이 저무는 어느날 이와 같은 한겨레의 다짐 기사를 읽으며, 저절로 되새기고 느낄 것이다. 길이 멀고 험하다. 미래의 한겨레는 발로든 무릎으로든, 걷고 또 걸어갈 것이다. 이렇게 나아가라 한겨레는 창간 스물다섯 돌을 맞아 사내 미래기획티에프(TF)를 꾸려 주주와 독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수많은 인사들로부터 한겨레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한겨레는 새로운 25년의 역사를 써내려가면서 이들의 애정 어린 ‘쓴소리’를 깊게 새길 것이다. 지면 제약상 이를 모두 공개하지 못하고, 일부 인사들의 말을 추려 싣는다. “변화를 사상으로 모아내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87년 6월항쟁 뒤) 세월이 지나가면서 상황이 바뀌어가는데 변화를 종합해서 하나의 사상으로 모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겨레가) 그것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막연한 진보와 보수의 구도에서 그냥 진보 편에 서게 된 것 아닌가? 진보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진보가 과연 뭔가? 무엇을 빼고 무엇을 보탤 건가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
“진보 진영에 과감히 메스를”
정연우 전 언론정보학회장
“한겨레가 진영의 논리에 갇혀 있다. 예컨대 통합진보당은 곪아 있었고,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야당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을 때, (한겨레가 이들에게) 날카롭게 메스를 들이댔어야 했다. 복지담론도 기본적으로 보편복지가 맞다고 할지라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보편적 복지가 가진 한계도 함께 짚어주고 성역 없이 문제를 제기했어야 했다.”
“진보 내부의 토론 끌어내야”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진보와 보수가 토론하면 대부분 진보가 이긴다. 문제는 진보간 토론이 없다는 것이다. 왜 (진보적 공약 사이에) 우선순위가 없는가? (진보진영 내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어 있다. 한진중공업이나 비정규직, 쌍용차 문제도 그렇다. 진보언론으로서 한겨레의 핵심 콘텐츠는 진보진영 내부의 토론을 이끌고 조정하는 것이 됐으면 한다.”
“북 문제 냉정할 건 냉정해야”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북한 문제를 다룰 때도 관성적인 게 아닌, 냉정하게 인식할 건 인식해야 한다. 민주언론이라고 할 때, 그전에는 민주주의를 반독재의 틀에서 문제를 봤다면 이제 야당도 (1998~2008년) 집권했으니, (여야에 구애받지 말고) 공평하게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한겨레에 가까운 정치 세력의 문제와 한계도 책임 있게 다뤄야 한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열정은 너무 과했다.”
“시민 스스로 민주소양 갖게”
법안 스님
“20~30년 전 민중 이야기를 했을 때는 권위주의 독재자에게 빼앗긴 권리를 찾는 것이었는데 지금 민주주의는 다르다. 예컨대 빼앗긴 권리를 찾는 것을 넘어 스스로 민주적 소양을 갖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 지금 절차는 민주화가 되었다. 대표자는 선출로 뽑는데 조직은 비민주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한겨레가 ‘민주주의 3.0’ 식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민족·민주·민생 창간정신 유효”
남형두 연세대 교수
“창간 정신은 내가 다시 창간하는 자리에 가도 더 좋게 만들 수 없다. (창간선언문의) 텍스트(문장) 자체를 건드릴 필요는 없지만 콘텍스트(맥락)가 바뀌었기 때문에 지향점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3민’(민족·민주·민생)은 바꿀 필요가 없지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다른 매체들이 한겨레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언론 감시도 강화했으면 한다.”
“자꾸 실험해라…젊게 가라”
노종면 〈YTN〉 해직 기자
“한겨레는 뭔가 정체된 느낌이다. 한겨레는 고요하다. 밖에서는 해직 언론인도 나오고 하는데…. 한겨레는 나도 굉장히 사랑하는 신문사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꾸 실험해라. 25년 된 신문사는 젊은 신문사다. 젊게 가라. 언론이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고 사람들도 다 안다. 한겨레가 출입처 제도 같은 언론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면 참 좋겠다.”
“선악 벗어나 시대가치 재정립”
임영호 부산대 교수
“창간 당시 민주 대 반민주는 선과 악으로 대칭됐다. 한겨레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논조를 폈는데 지금은 소구력이 약해졌다. 이런 것들을 새롭게 재정립해야 한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이 가진 역사적 원죄 없이 출발했고, 좋은 브랜드가 될 것이다. 진보적 생각을 전파하려고 목적을 둘 게 아니라, 진보적인 사람이 자기 주장을 펴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주된 목적이 돼야 한다.”
“보수 의제라고 외면 말아야”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
“1987년 이후 사반세기가 흘렀지만, ‘2013년 체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한 때다. 진보가 관성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중요하거나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것을 의제화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성장, 안보와 같이 보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이라도 국민의 삶 속에서 필요한 것이라면, (한겨레가) 진보적 논리 틀을 짜야 한다.”
시대변화에 발맞춰
‘개방·공유·협력’으로 재구성
실체적 진실 담은 ‘전체그림’으로
한국사회 미래 그려갈 것 먼저 협력, 사회성, 공공성으로 이어지는 진보적 담론의 흐름이 있다. 2013년 진보의 흐름은 사회성과 공공성을 재발견해 확장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사회책임경영 등 사회적 경제의 영역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들은 협력과 공유, 개방이란 가치와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고 ‘전체그림’(whole picture)을 보여주는 언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전체그림이란, 지금까지 한겨레 저널리즘이 불완전한 그림임을 전제한다. 그것은 정의롭되 종이신문의 상상력과 한계에 갇힌 것이었다. 소통을 통해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는 독자에게 사건과 현상에 대한 ‘전체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그림은 맥락과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시민과 직업 언론인의 역량이 결합돼 공적 이슈로 연결되는 뉴스를 말한다. 전체그림을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는 공감과 신뢰를 얻고, 확장성을 가질 수 있으며 영향력을 늘려갈 수 있다. 이런 전체그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한 소통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게 될 전체그림은 어떤 성격을 가질까? 미래 한겨레 저널리즘의 전체 그림은 무엇보다 풍부할 것이다. 세상의 다양성, 역동성에 눈과 귀를 열 것이다. 정당정치뿐 아니라 삶의 정치에 눈 돌릴 것이다. 미래 한겨레는 담대할 것이다. 저항을 넘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우리는 공정할 것이다. 한겨레에게 정파적 관점은 숙명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인간다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포기할 수 없는 깃발이다. 그러나 미래의 한겨레는 이런 건강한 정파성을 협소한 당파성에 가두지 않을 것이다. 정파성은 역설적으로 보편성을 갖추어야 설득력이 있다. 미래 한겨레는 ‘보편적 정파성’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한다. 우리는 친절할 것이다. 안종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1980년 3월17일치 <동아투위 소식>에서 “지금 같은 부처 출입제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너무 관 위주의 취재여서 민중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요”라고 일갈했다. 미래의 한겨레는 출입처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공급자 위주의 기사를 줄이고 독자와 대화하며 그들의 문제를 파악하는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가르치는 기사가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사를 쓸 것이다. 온라인 기술은 언론의 이런 역할을 독자, 전문가들과의 협력적 생산과 소비라는 네트워크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새로운 진보적 가치와, 미래 한겨레의 새로운 전략은 바로 여기서 만난다. ■ 미래 25년은 ‘말 거는 한겨레’ 개방·공유·협력은 뜬금없이 올려진 깃발이 아니다. 그것은 한겨레의 디엔에이에 잠재되어 있었다. 한겨레는 국민 참여 방식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언론사다. 사회와 대화해야 할 숙명을 타고났다. 창간 직후 지면에 ‘국민기자석’을 만들어 국민 모두를 기자로 초빙한 것도 신문사가 가질 수 있는 교조와 독단을 경계하고자 함이었다. 소통과 협력은 그 자체가 정의나 목적이 아니다. 소통 없이 진리의 담지자가 한겨레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일상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또한 언론사 외부의 변화를 예민하게 흡수하기 위해서 소통은 필수다. 대화가 부족한 언론이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기는 불가능하다. 소통의 디엔에이를 갖춘 미래 한겨레는 다음과 같이 진화해 가며 신뢰를 얻고, 영향력을 넓히며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려갈 것이다. ‘강연자에서 사회자’가 될 것이다. 과거 언론은 게이트키핑과 의제설정 등을 통해 독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미리 정해주는 강연자였다. 미래 한겨레는 세미나의 사회자처럼 대화와 소통으로 뉴스를 만들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한겨레는 열린 포럼이 된다. 이제 독자는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뉴스 제작에 참여한다. 독자들에게 뉴스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참여를 유도할 것이다. ‘소리치는 자에서 이끄는 자’가 될 것이다. 한겨레는 지금까지 은폐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문제가 있다고 소리치는 역할만으로도 가치가 컸다. 그러나 미래의 한겨레에게 진보란 ‘나쁜 것이 아닌 것’ ‘나쁜 것에 반대하는 것’ 수동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진보의 정체성을 가진 한겨레는 열린 자세로 현실의 대안과 미래의 비전을 상상할 것이다. ‘편드는 자에서 성찰하는 자’로 거듭날 것이다. 민주-반민주, 민족-반민족, 노동-자본과 같은 선악의 이분법은 유효하지 않다. 한겨레의 비판이 설득하는 힘을 가지려면 성찰하는 자세가 함께 따라야 한다. 미래 한겨레의 비판은 ‘성찰적인 비판’이 될 것이다. 성찰적 비판은 세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비판 대상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 둘째, 방법이 옳아야 한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비판이어야 한다. 셋째,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비판을 넘어서 새로운 대안이나 비전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2013년이 저무는 어느날 이와 같은 한겨레의 다짐 기사를 읽으며, 저절로 되새기고 느낄 것이다. 길이 멀고 험하다. 미래의 한겨레는 발로든 무릎으로든, 걷고 또 걸어갈 것이다. 이렇게 나아가라 한겨레는 창간 스물다섯 돌을 맞아 사내 미래기획티에프(TF)를 꾸려 주주와 독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수많은 인사들로부터 한겨레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한겨레는 새로운 25년의 역사를 써내려가면서 이들의 애정 어린 ‘쓴소리’를 깊게 새길 것이다. 지면 제약상 이를 모두 공개하지 못하고, 일부 인사들의 말을 추려 싣는다. “변화를 사상으로 모아내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정연우 전 언론정보학회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법안 스님
남형두 연세대 교수
노종면 〈YTN〉 해직 기자
임영호 부산대 교수
김창수 전 청와대 행정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