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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초연금, 장관 사퇴로 해결될 일 아니다

등록 2013-09-23 10:48수정 2013-10-01 15:37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기초연금 지급 최종안은 소득 또는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영 장관이 이런 방안을 발표도 하기 전에 미리 사퇴 얘기부터 꺼내는 걸 보면, 공약 파기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는 모양이다.

사실 이런 정도의 내용이라면 현재 시행 중인 기초노령연금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1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고 있는데, 2028년까지는 지급액을 현재가치 기준 20만원으로 올리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마련한 최종안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10여년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 현재 노인세대는 그래도 득을 보지만, 50대 초반 이하의 연령대라면 새롭게 얻을 게 없다. 어차피 2028년까지 기초(노령)연금액도 20만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국민들로서는 허탈감을 넘어 크게 속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 사안은 결코 진영 장관 한 사람의 책임도 아니고, 장관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점이다. 기초연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정권 초기부터 중요한 약속을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파기하고 넘어간다면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원칙과 신뢰’가 밑동부터 잘리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선공약을 만든 때와 현재의 경제 상황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말하지만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몇 달 전이라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말인가. 결국 박 대통령은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고 화려하게 공약만 남발한 무책임한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진영 장관도 사퇴로 책임을 진다기보다는 장관직을 떠나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복지에 투입할 재정 규모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맞춰보려는 데 머물러서는 복지 수준이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증세를 포함해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마침 박 대통령도 16일 여야 대표 3자회담에서 처음으로 증세를 언급했다. 증세 없이는 재정 확충과 대선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니, 이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 대통령이 진영 장관 사퇴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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