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6일 정부가 발표한 기초연금 도입방안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20년 뒤면 기초연금 지급액이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유지할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노령연금은 소득에 연동되는 데 반해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년간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노령연금에 비해 거의 4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럴 만도 한 게,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득이 물가보다 항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15년 전 우리나라 소득수준은 1만달러 이하였지만 지금은 2만달러로 두 배 넘게 올랐다. 이 가운데 반만 ‘실질적’인 상승이라고 간주하고 향후 15년도 실질적인 소득상승률이 50%라면, 2028년엔 노령연금을 현재가치 기준으로 20만원이 아니라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만든 기초연금법은 소득이 아닌 물가와 연동한 탓에 여전히 현재가치 20만원만 받게 된다.
‘현재 10만원을 20만원으로 올려준다’며 큰 선심을 쓰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결국 전체 생애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줄어든 것이니, 거대한 사기극인 셈이다.
이런 기만술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 데서도 쓰였다. 즉 국민연금 가입자가 적고 가입기간이 짧은 지금의 노인들은 대부분 기초연금을 20만원씩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의 40대와 50대들은 가입기간이 12년 이상이 되면 그 기간이 1년씩 초과할 때마다 1만원씩 기초연금 지급액이 줄어든다. 가입기간이 20년을 넘을 경우에는 기초연금이 10만원으로 동일하다. 즉 지금의 노인들에겐 다 지급하지만 미래의 노인들에게 줄 것은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대단히 위험한 술수다. 오죽했으면 진영 복지부 장관이 사퇴를 했겠는가.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 100만명이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건 회사원 같은 강제 가입자들이 불만을 품게 된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모여 있는 경제부처에서 이를 몰랐을 리가 없다. 장기적으로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국민들이 잘 모르는 복잡한 계산방식을 쓴 것이라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이런 문제투성이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는 없다. 곧 본격화되는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의원들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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