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직할부대인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댓글공작을 통한 선거개입과 그 사건에 대한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안보교육을 빙자한 국가보훈처의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야당 때리기’ 운동에 이은 충격적 사건이다. 특히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비해 창설된 사이버사령부가 이런 일에 나섰다면 국정원의 정치개입보다 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고,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는 헌법 제5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와 <한겨레>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 댓글’ 활동은 개인적 행위로 돌리기에 미심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밀접성이다. 사이버사령부의 예산 일부가 국정원으로부터 나오고 있고, 두 기관의 댓글 달기 작업이 묘하게도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것은 두 기관의 선거개입 행위가 연동하여 이뤄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이버사령부 요원으로 확인된 4명이 18대 대선 과정에서 정치 중립을 지키라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4차례에 걸친 지시를 어기고 10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야당 후보를 헐뜯는 등 위법적인 댓글을 올렸다는 사실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조직의 보호를 약속받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들이 댓글 사건이 표면화한 뒤 부랴부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등의 문제 글 400여건을 삭제한 것도 자신들의 행위가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조직적인 증거인멸의 냄새도 풍긴다.
국감장에 나와 구글 검색을 통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령부의 조직, 채용과 관련한 기초 사항에 대해서조차 ‘군사기밀’이라면서 막무가내로 답변을 거부한 옥도경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의 태도도 불법 정치개입 활동을 군사기밀에 위탁해 은폐하려는 수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는 명백하게 문제로 드러난 정치 댓글을 올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답변은커녕 그것을 밝히면 작전을 밝히는 것이라는 궤변을 폈는데, 사이버사령부는 헌법 위의 기관이라도 되는지 되묻고 싶다.
김 국방장관은 이 사건이 불거지자 신속하게 군 사법당국에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조사가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군이 자체적으로 의혹을 풀지 못하면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까지 정치에 개입했다니 [한겨레캐스트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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