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4일 회동에서 방공식별구역과 북한 핵 문제를 비중 있게 논의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이 두 나라의 협력을 강조해,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거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사실상 용인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 쪽에 선포 철회 대신 긴장 완화 조처를 요구했다. 미국 고위 관리의 말대로 미국의 목표는 ‘위기, 실수,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긴장을 낮추는 것’이 되고 있다. 중국이 위기관리체제 구축 노력 등에 힘을 기울인다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두고 중국과 맞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본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중국이 위기관리를 위한 대화를 성실하게 시도할 경우 일본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입장 완화는 중국이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온 ‘핵심적 이익’을 상당 부분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저히 물러서지 않을 사안을 두고 대립하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중국 쪽 발표를 보면, 19개 나라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받아들이고 비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런 태도가 북한 핵 문제 등의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 해법 마련에 힘을 쏟는 것은 고무적이다. 바이든 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과 북한이 무대는 다르지만 핵 문제 해법에서 같은 논리 구조를 갖고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은 상대가 합리적으로 협상(딜)을 하려 한다면 외교 테이블에서 기꺼이 합리적으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이 대북 협상에 적극 나서기 위한 조건이다.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이 조건을 두고 많은 논의를 했으나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협상으로 핵 문제를 풀려는 미국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추구하는 신형대국관계에는 동아시아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은 이를 보여줄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다. 중국이 미국 및 동아시아 나라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바란다면 방공식별구역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자제하고 대화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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