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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좁은 나라에서 철도 경쟁체제가 효율 있나

등록 2013-12-09 19:03수정 2013-12-17 08:42

전국철도노동조합이 9일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10일 코레일 이사회에서 수서발 케이티엑스 자회사에 대한 출자를 결의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철도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민영화와 관계없다며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양쪽의 뿌리깊은 불신이 다시 부딪친 것이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현재 공사중인 수서~평택 구간 선로를 쪼개 새 노선을 만들고 이를 새로운 케이티엑스 운영회사에서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이 노선 운영을 대기업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특혜 비판이 일자 접었다. 이후 국토부는 별도의 수서발 케이티엑스 주식회사를 코레일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서비스와 가격 경쟁을 하게 해 코레일의 방만 경영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애초 30%였던 신설 법인의 코레일 지분을 41%로 높이고, 나머지 59%의 지분은 국민연금기금 등 공공자금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 우회적 민영화를 막기 위해 공공자금 참여가 부족할 경우 정부 운영기금을 투입하고, 주식 양도 매각 대상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으로 한정해 민영화에 빗장을 걸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민영화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코레일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코레일의 의사에 반하는 정관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코레일의 의사가 바뀌면 언제든 정관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민영화에 반대하며 민영화할 경우 선로에 눕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도 노조가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다. 민영화 연구용역이 정부의 입맛에 맞춘 사실이 드러났고, 전임 코레일 사장이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설립에 반대하다가 쫓겨났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 등 철도강국에 도시철도 같은 공공조달시장 개방을 약속해 불신을 더 키웠다. 일단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분할해서 설립하고 나면 여건 변화를 이유로 화물 분리, 적자 노선 폐지, 정비회사 분할 등 분할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노조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좁은 나라에서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서비스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이 과연 필요하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말로만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할 게 아니라, 아예 그런 빌미를 만들지 말고 코레일의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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