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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 개혁, ‘선언적 법제화’로 될 일인가

등록 2013-12-26 19:02

여야가 국가정보원 개혁법안과 새해 예산안 등 세밑 정국의 쟁점 처리를 위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난 3일 여야 지도부가 ‘4자회담’에서 합의한 국정원 개혁법안 일부와 예산안 연내 처리 등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국정원 개혁은 4자회담 합의문에 명시된 개혁안조차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여야는 지난 4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 통제’ ‘사이버심리전 등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연내에 입법 또는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국가기관의 활동범위를 어떻게 법으로 규정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사항을 입법한다는 4자회담 합의사항을 사실상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협상이 어렵게 돌아가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구체적인 내용은 국정원 내규나 준칙 등으로 정하고 “선언적 의미의 법제화”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이다.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고충을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추상적·선언적 법제화로는 국정원 개혁이 그저 내실 없는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

특히 ‘댓글 사건’의 뿌리인 국정원의 사이버심리전에 대한 규제를 선언적으로만 입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문제는 여태껏 드러난 정치개입 혐의만으로도 그 존폐를 논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국정원 심리전단을 폐지하고 사이버심리전 기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지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행준칙이나 행동강령으로 규제할 사안이 아니다. 정보기관에서 사이버심리전을 꼭 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필요하다면 다른 정부 부처로 그 기능을 이관하면 된다. 협상 타결이란 명분에만 매달려 실질적인 국정원 개혁을 등한히 해선 안 된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규명을 위한 특검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야 4자회담 합의문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시기와 범위를 계속 논의한다’고 돼 있다. 김한길 대표는 직을 걸고 특검을 관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연말 협상 과정에서 대선개입 특검 문제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국정원의 실질적 개혁과 대선개입 특검 도입이라는 두 대전제가 달성돼야 한다. 협상을 위해 한발씩 양보하고 접점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적 요구를 도외시해선 곤란하다. 눈앞의 성과에만 급급해 시대적 요구인 국정원 개혁 문제를 미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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