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6·4 지방선거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신당 쪽은 각기 이번 선거의 의미를 ‘지방정부 심판’, ‘박근혜 정부 심판’, ‘낡은 정치 심판’ 등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 프레임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민심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각종 약속과 정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초당적인 ‘국가미래전략기구’ 신설을 제안하는 등 집권여당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 발표에 이어 5일 국회 연설이 예정돼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구조를 깨고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런 말의 홍수 속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깃들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황우여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경제민주화를 중단없이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부터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폐기처분된 지 오래된 상태에서 이런 약속을 하는 것은 쓴웃음만 자아낼 뿐이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지원, 무상보육 등 대선 공약이 줄줄이 폐기·축소됐는데도 황 대표가 양극화 극복, 한국형 복지제도 마련 등 또다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로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마저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치 현실이다.
김한길 대표가 발표한 국회의원 특권 방지 대책 역시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꺼내드는 이미지 제고용 카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 정치를 앞세워 압박해오고 있는 안철수 신당을 의식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민주당 안에서 혁신안 마련 과정에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반발이 나오는 등 당내에서조차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철수 의원 쪽 역시 아직은 기존 정치권 비판을 통한 반사이익 추구에만 몰두할 뿐 이렇다 할 새 정치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권자들이 유의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어떤 정당, 어떤 후보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화장술에만 몰두하는지를 세밀히 살펴야 한다. 이번 6·4 선거에서 진정으로 심판해야 할 것은 정치권의 ‘진정성 결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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