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신흥국들의 외환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가 폭락세를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각국 통화의 환율도 요동을 치고 있다. 4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공세로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맥없이 무너졌다. 며칠 새 국내외 외환시장과 증시의 기록으로 보면 2008년과 같은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진 모습이다. 금융불안의 확산이 이제 국내 실물경기의 회복 흐름까지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부 신흥국의 국가부도 위기가 조금 진정되는 듯하더니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대두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양대 축이나 다름없다. 이런 두 나라에서 최근 제조업과 소매업에 관한 경기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전세계 증시의 동반폭락이다.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결정은 사실 ‘예고된 충격’이었다. 외환건전성이 취약한 나라들만 그 충격에 휘청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기 부진이 미치는 파문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있다. 4일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4.18%나 떨어졌으며, 전날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2%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악재들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정부나 금융당국으로서도 통제하기 힘든 악재들이다.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나 든든한 외환보유고 등 기초체력론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필요하면 다른 나라와 정책 공조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때맞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금리나 환율 등 기업 경영과 가계 소득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표들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금융불안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뒤 성장잠재력이 뚝 떨어진 우리 경제가 다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만성화한 금융불안을 극복하려면, 중장기적으로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을 개선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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