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제결혼 비자심사 강화, 부작용 최소화해야

등록 2014-02-05 19:05

법무부가 국제결혼에 대한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심사기준을 6일자로 고시해 4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결혼이민자와 한국인 배우자가 기초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결혼이민자를 초청하는 한국인 배우자가 최소한의 가족부양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남녀가 짧은 시간 만난 뒤 혼인하는 속성 ‘묻지마’ 결혼이나, 한국인과의 결혼을 국내 입국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실상의 사기 결혼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실제 다문화가족의 가정폭력 발생률이 70.4%로 일반가정(53.8%)에 비해 높은 것이 속성 결혼에 따른 이해부족 때문이라는 여성가족부의 2010년 통계가 있다. 또 법무부는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수강자 가운데 무직이나 파산자 등의 비율이 17.3%에 이른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가족부양 능력이 부족한 국민이 외국인을 초청하고, 국가와 사회가 비용을 들여 정착을 지원하는 구조가 오히려 다문화가족을 소외계층으로 인식시키고 복지 지출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추진된다면 묻지마 결혼이나 사기 결혼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는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우려된다.

우선 한국인 배우자의 경제적 능력에 대한 심사 강화는 농촌 총각이나 저소득층의 국제결혼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00만원 수준인 미국 등의 사례와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저생계비의 120%(2인 가족 기준 1479만원) 이상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에 가족이 추가될 경우 기준액도 올라간다. 앞에서 예시된 통계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결혼 희망자의 최소 17.3% 이상은 앞으론 국제결혼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히는 것이다. 실제로는 국제결혼자의 80% 정도가 저소득층이란 주장까지 있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복지정책 없이 국제결혼 ‘봉쇄’만으론 다문화가정의 사회적 소외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국제결혼 시장의 축소로 출산율에까지 적게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또 한국어 요건 도입으로 국제결혼 비용이 오르고, 혼인 뒤 입국에 필요한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도 기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법무부는 앞으로 시행일까지 두 달여 남은 기간 동안 좀더 광범위한 여론수렴과 철저한 준비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