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산가족 상봉, 남북관계 전환 계기로

등록 2014-02-05 19:06

남북 당국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2010년 가을 마지막 대면상봉이 이뤄진 이후 무려 3년4개월여 만이다. 상봉 정례화는 물론이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진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지금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애초 지난해 9월 말로 합의됐던 이산가족 상봉은 양쪽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아 행사일을 며칠 남기지 않고 취소됐다. 이후 냉랭한 관계를 이어오던 남북은 올해 들어 새로운 탐색전을 시작했다. 북쪽이 신년사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뒤 남쪽이 상봉 재개를 제안하자 북쪽은 1월24일 ‘남쪽이 편리한 대로’ 일정을 잡자고 했다. 하지만 군사훈련 중단 문제 등을 둘러싼 설전을 벌이면서 북쪽은 남쪽의 1월29일 실무접촉 제안에 침묵하다가 설 연휴가 지난 뒤인 3일에야 답변을 했다. 가장 인도적인 사안에서조차 서로 믿지 못하고 거센 신경전을 벌여온 셈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으나 일회성 행사의 성격이 강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더불어 재개된 대면상봉은 2007년까지 해마다 평균 두 차례씩 제16차 행사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는 두 차례밖에 이뤄지지 못했고, 급기야 2010년 11월 초 이후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당국의 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12만9000여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사망자 비율이 2003년 15.9%였으나 이제는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나이 든 이산가족들의 한을 덜어줘야 하는 것 외에도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할 이유는 많다. 핵 폐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주민의 생존권 등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안이 제대로 논의되려면 남북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답보 상태에 있는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하려면 남북이 신뢰를 갖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대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통일도 교류·협력을 강화해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정치적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중-일 갈등 등 불안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가 중심을 잘 잡아가는 데도 좋은 남북관계는 큰 도움이 된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무엇보다 상대를 일방적으로 굴복시키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한-미 군사훈련도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정부는 먼저 신뢰를 만들어가는 모습으로 남북관계의 수준을 높이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