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일·국방부 등 외교안보부처가 함께 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정책 방향을 밝혔다.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구축’이라는 공통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진전시키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하지만 한반도 관련 현안을 풀어나갈 구체적인 방안이 미흡한데다 ‘대통령 관심사’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부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6자회담 등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기존의 ‘압박하며 기다리는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마련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곧 있을 올해 연합훈련에 처음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법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북한 국방위는 이날 한-미 군사훈련의 중지를 촉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합의 재고까지 시사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통일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사업이다. 통일부는 올해 안에 이 사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역시 박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참여 등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미 수백억원의 세계평화공원 예산을 올해 몫으로 떼어놓은 상태다. 당장의 현안인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처 완화·해제, 남북 경협 활성화 등은 아예 보고에서 빠졌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 확대 등에 대해서도 이제까지의 소극적인 기조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정부 안에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통일대박론도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 그대로의 뜻과는 달리 북한 체제 붕괴론 및 흡수통일론과 결합돼 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업무보고가 이런 흐름에 편승한 것이라면 통일기반 구축은커녕 지금 상황조차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핵 문제 등을 풀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관련국들은 물론이고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북한의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라는 구호만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뤄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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