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24명 희생 끝에 나온 쌍용차 해고 무효 판결

등록 2014-02-07 19:03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부(재판장 조해현)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해고노동자들에게는 5년여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쌍용차의 무분별한 해고에 따른 당사자들의 극심한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서울고법 판결의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쌍용차가) 정리해고의 실질적인 요건을 분명히 갖추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유효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쌍용차가 2009년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왔던 회계장부상의 문제점까지 인정했다.

쌍용차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핵심 논거로 외부회계법인이 작성한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보고서에서 일부 회계상의 판단에 잘못이 있고 손실 등에 대한 산출 근거 자료도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회계감사보고서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이는 정리해고의 유·무효 여부를 떠나 쌍용차와 담당 회계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감리와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대한 무효 판결은 전체 경영계에도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그동안 경영계는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를 법적 절차 요건으로만 인식하고 정리해고를 남발해왔다. 정부의 친기업적이고 반노동적인 자세와 정책 집행 또한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부추겨온 측면이 있다. 쌍용차의 경우에도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을 정부가 폭압적으로 진압했으며, 해고의 빌미가 된 재무제표와 회계장부에 여러 가지 의혹이 수차례 제기되었는데도 금융당국은 눈감아줬다.

서울고법의 해고 무효 판결이 나온 뒤 쌍용차 쪽은 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상급심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기에는 해당 노동자들의 처지가 너무 절박하며 사회적 비용도 크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해당 노동자와 가족들뿐 아니라 전체 우리 사회에도 큰 아픔을 줬다. 지금까지 해고노동자와 가족 등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막아야 한다. 이제는 사회적 역량을 모아 쌍용차 해고자들이 조속히 복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