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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미 군사훈련 일정, 유연성 필요하다

등록 2014-02-13 18:57

12일 밤늦게까지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쪽이 오는 24일 시작될 예정인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금대로라면 20일부터 시작되는 상봉 일정 가운데 뒤쪽 이틀이 훈련과 겹치게 돼 적어도 일부 행사가 파행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북쪽이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군사훈련과 연계한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양쪽이 군사훈련을 하는 시기에는 어떤 인도적 행사도 할 수 없게 된다. 범위를 넓혀보면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교류의 상당 부분 등도 이에 해당한다. 이산가족 상봉 날짜도 남쪽은 17~22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20~25일로 늦춘 것은 북쪽이다. 또한 키리졸브 훈련은 해마다 해온 것인데다 지휘소(CPX) 훈련이어서 내용이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독수리 연습에서도 지난해 북쪽이 큰 경계심을 나타낸 미국의 전략폭격기 따위는 참여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지난해 한-미 훈련 기간 동안에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크게 높아졌던 사실을 고려하면 훈련을 강행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훈련을 단 이틀만 늦추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겹치는 것을 피할 수 있기도 하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훈련임을 강조하지만 열흘 정도의 시일이 남은 만큼 조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북쪽 태도가 강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쪽은 지난달부터 한-미 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이날 접촉에서는 훈련 일시 연기로 물러섰다. 반면 정부의 태도는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정부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해 쌀·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한 것은 상봉 행사가 그만큼 북쪽에 부담이 되는 점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게다가 이산가족 상봉은 북쪽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남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북쪽에 무조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할 것만을 요구해서는 남북 관계가 잘 풀리기가 어렵다.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산된 주된 이유도 북쪽은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함께 진행하기를 바랐으나 남쪽이 이를 무시한 데 있다. 변수가 이번에는 한-미 군사훈련으로 바뀌었을 따름이다.

12일 접촉에서는 이 사안 외에도 여러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혔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길로 가든 출발점은 원만한 이산가족 상봉이 될 수밖에 없다. 14일 재개될 고위급 접촉에서 분명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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