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기 포천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을 둘러싼 노동착취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박물관 이주노동자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물관의 위법과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 홍 총장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노동착취 실태가 알려진 뒤 박물관 쪽이 서둘러 이주노동자들과 합의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간 드러난 노동착취 실태를 보면 집권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박물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박물관 쪽은 지난 12일 이주노동자들과 최저임금 지급, 합리적인 기숙사 제공, 4대 보험 제공, 표준 근로계약 준수 등이 담긴 합의서를 서둘러 작성했다. 미지급 임금과 위로금 등도 12명의 노동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합의사항을 보면, 역설적으로 이전까지는 이런 기초적인 근로기준법 사안들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 쪽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월 60여만원을 지급했고, 여권을 압수했으며 곰팡이 냄새 가득한 냉골 쪽방을 숙소로 제공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홍 총장은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이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모든 권한은 박물관장에게 일임하고 지원만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이 공개한 근로계약서를 보면 홍 이사장의 도장이 찍혀 있고 서명도 돼 있다. 홍 총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박물관의 심각한 노동착취 실태를 몰랐다 해도 무책임한 것이고 알았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홍 총장의 수준 이하 행태는 이외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막말 논란에 수해 골프, 선거법 위반 전력, 철새 행각 등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많았다. 지난해 6월 북방한계선(NLL) 논란 와중에 민주당을 두고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고, 올해 초에는 “대선에서 졌으면 나라 망할 뻔했다”고 하는 등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해왔다. 홍 총장은 한때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 몸담은 적이 있다. 그는 2006년엔 수해를 입은 강원 지역에서 골프를 친 이른바 수해 골프 사건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친박 실세로 알려진 홍 총장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권당 사무총장 자격은 없어 보인다. 제 몸가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당의 지방선거 업무를 총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이를 사무총장으로 내세워 유권자에게 표를 달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쯤에서 스스로 사퇴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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