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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민번호제 개편, 국민의 관점에서 해법 찾으라

등록 2014-02-14 19:01

안전행정부가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행 주민등록번호제도의 전면 개편이나 주민번호 변경 허용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1월27일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소관부처에서 한달도 안 돼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안행부가 주민등록번호제 개편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가의 중요한 정보인프라이며 개편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행 제도의 틀은 그대로 둔 채 아이핀 발급, 휴대전화 인증, 공인인증서 발급 등으로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개인식별정보를 더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안행부는 이미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된 피해자들에게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것도 비용이 편익보다 훨씬 크다고 말한다. 번호 변경을 허용하면 공공기관에 등록된 나머지 수천가지 서류의 개인식별정보까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안행부의 주장에 일면 타당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공공서비스의 공급자로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상당한 비용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주체이며 공공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이해에서 본다면 안행부의 논리는 궁색하다. 무엇보다 아이핀과 같은 대체 수단들은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주민등록번호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사실상 강제로 부여하는 개인식별장치다. 이 자체로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 등을 담고 있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다른 모든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 구실을 하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일상적인 단초가 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도 핑계로만 들린다. 안행부는 주민번호 변경에 따른 비용과 관련해 지금까지 추정치조차 산출한 적이 없다. 또한 그 비용이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이 겪고 있는 직간접적인 피해와 고통보다 더 큰지 따져보지도 않았다.

주민등록번호제도의 변경은 국가 운영의 기본질서에서부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큰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이다. 그만큼 여러 측면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두루 살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을 범죄 피해의 위험에 노출시켜 불안하게 만드는 현행 주민번호제도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행정편의주의를 버리고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면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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