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김무성 의원이 지난 14일 한 토론회에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적화통일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무능하고 부패했던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엎어 혁명을 했다”며 “우리 국민이 좀 억압을 당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우리 경제가 북한 경제를 따라잡아서 오늘날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발언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상식적 역사인식과 동떨어져 있다. 5·16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라는 평가가 명확해진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인식 아래 정치조직화한 하나회를 척결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출신이라는 김 의원이 이제 와서 역사를 거스르는 5·16 혁명론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는 여권 중진이 이렇게 국민 일반과 괴리된 역사인식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5·16은 누가 뭐래도 민주헌정을 총칼로 짓밟은 쿠데타이고, 그로 인해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신음했다. 박 전 대통령 치하에서 경제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와는 다른 범주의 문제다. 역사적·정치적·법적으로 명백한 쿠데타를 다른 이유를 들이대 혁명으로 미화할 수는 없다.
그동안 김 의원의 막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를 두고 “자녀 한 사람 갖고 계신 분은 반성해야 한다”고 덜컥 말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대선 때는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대통령이 (2008년 촛불시위를)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했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중견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의 5·16 혁명론이 이른바 ‘박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참으로 가벼운 일이다. 김 의원은 당내 계파갈등에 대해 “내가 원조 친박, 친박 1번으로 친박을 다 만들었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권 경쟁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까지 ‘박심’ 얻기 경쟁에 나섰다면 집권당 모양이 우습다.
집권당 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편협하고 퇴행적인 역사인식과 분열적 정치노선을 추구해선 안 된다. 이념 대립이 심하고 빈부 격차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갈등을 치유하고 나라를 한데 묶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향우 행보로 보수 표심만 얻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김 의원이 정말 집권당의 대표를 하고 싶고, 나아가 나라를 이끌고 싶다면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기 바란다.
‘박심논란’, 그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성한용의 진단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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