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때같은 젊은 청춘들이 또 어처구니없는 참변을 당했다. 17일 경북 경주의 한 리조트에서 벌어진 참사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런 황당한 사고가 되풀이돼야 하는지 참담함을 감출 길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망자 가족들에 대한 위로, 부상 및 중상자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1000명이나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무도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선 사고가 난 마우나오션리조트 쪽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경주시에는 40㎝, 리조트가 있는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일대에는 70㎝에 가까운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당연히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눈을 치우는 등 사전 준비를 했어야 마땅하다. 리조트를 소유·운영하는 ㈜마우나오션개발의 모회사 격인 코오롱그룹이 사죄문을 내놓았으나 사후약방문 격이다. 사전에 시설점검만 했더라도 그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휴양지 쪽과 코오롱그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고가 난 건물의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된다. 2009년 6월 공사를 시작해 두 달 보름 만에 준공을 하면서 샌드위치 패널로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리조트 인근의 공장이나 식당 등 비슷한 자재와 구조로 지어진 건물들이 폭설에도 멀쩡했다는 걸 보면 규정대로 시공이 됐는지 의문이다. 또 준공 이래 지금까지 한차례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니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관리가 그렇게 소홀해도 되는지 놀라울 뿐이다.
학교 쪽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부산외국어대 쪽은 이번 신입생 환영회는 전적으로 학생회가 주최한 행사였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학교 쪽의 재정지원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렇다 해도 10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행사에 겨우 교수 3명을 보내 놓고 특별한 안전점검도 하지 않았다니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은 임시 대책을 땜질식으로 내놓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발을 빼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번에도 교육부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외부 행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역시 미봉책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거쳐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에야말로 각 부문에 만연한 무책임한 적당주의를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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