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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 선임 절차 다시 밟으라

등록 2014-02-19 18:48

박상증 목사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 이사장 임명을 두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기념사업회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사장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임명 취소 행정소송과 박 목사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것이라고 한다.

박 목사의 이사장 임명은 절차와 인물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애초 기념사업회 쪽에 박 목사를 이사장으로 추천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회 쪽은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하고 정성헌 전 이사장과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둘이 아닌 박 목사를 이사장으로 낙점하는 무리수를 뒀다. 물론 법적 인사권은 안전행정부 장관이 갖고 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정관 등에는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사장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2001년 설립 이후 네 명의 이사장 모두 이 규정에 따라 선임했는데, 이번에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내리꽂은 것이다.

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며,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후대에 물려주는 과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지난 2000년 여야 국회의원들의 합의로 설립됐다. 정권에 따라 정치적 색깔을 지닌 인물이 이사장을 맡을 경우 그 가치가 훼손되고 사업의 방향성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박 목사는 지난 대선 때 “유신 두목의 딸이라는 이유로 두목의 죄를 다 짊어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친일 교과서’라고 불리는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성명에도 동참한 바 있다.

기념사업회는 임직원 40여명에 한 해 예산이 60억원 정도에 불과한 작은 기관이다. 구조개혁을 할 것도 없고 이권과는 아예 무관한 곳이다. 아무리 정권 초라고 해도 이런 곳까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걸 보면, 그 의도는 ‘박정희 복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박 목사가 이사장으로 실제 활동을 하면 유신시대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굴절된 해석으로 기념사업회의 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애초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부적절한 인물을 추천 절차마저 짓밟고 선임해버렸으니, 민주적인 절차와 규정에 따라 이사장 선임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 박 목사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며 나름 우리 사회 발전에 이바지해온 공로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말년에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스스로 물러나는 용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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