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사이버사의 정치중립 확보를 위한 개혁안을 19일 내놓았다. 사이버사에 정치중립 위반에 대한 신고시스템을 만들고 작전 내용을 검토할 사이버심리전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며, 임무 수행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는 것 등이다. 국방부는 또 군형법을 강화해 정치관여죄 처벌 형량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공소시효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개혁안은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다. 작전 내용을 검토할 사이버전 심의위원회는 사이버사 내부에 설치하고 위원장은 법무 참모가 맡는다. 외부감시를 배제한 채 장성급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대위급 참모를 위원장으로 하는 심의위가 제대로 운영될지 미지수다.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사이버사 내에 만들고 하반기부터나 시행한다고 한다. 이런 정도의 방안으로는 군의 정치 개입을 근절하기에 역부족이다.
더욱이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포털 게시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을 계속 용인한다고 한다. 또 기존 심리전 범위에 있던 군 통수권자 옹호나 정부정책 홍보 등 정치 개입이 우려되는 활동도 사실상 허가한다고 한다. 군의 정치 개입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마당에 익명의 댓글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사이버 심리전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문제가 심각히 제기된 만큼 그동안의 심리전은 일단 중단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게 순리다.
국방부의 개혁안은 애초부터 기대 난망이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부터 미심쩍기 짝이 없었다. 심리전단이 작성한 불법 글은 공소장에서만 트위트 2867건, 블로그 183건이었다. 그런데 당시 심리전 단장 한 사람만 정치관여죄 등으로 기소되고 댓글을 쓴 요원 10명이 형사입건되는 데 그쳤다. 당시 사이버사령관이었던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구체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나오고,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심리전 작전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면 철저히 진상을 밝혀서 책임있는 이들을 엄단하고 확실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3급 군무원에 불과한 심리전 단장에게 뒤집어씌우고 윗선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의혹이 꼬리를 물지만 진상도 오리무중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사건을 미봉하면 언젠가 곪아 터진다. 이번 기회에 군의 정치 개입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근본적인 조처들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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