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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거꾸로 간 MBC 사장 선임

등록 2014-02-21 18:58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1일 안광한 엠비시플러스미디어 사장을 임기 3년의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문화방송을 ‘정치의 시종’으로 전락시킨 김재철 사장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김재철 체제’의 부활이라고 할 만하다. 그것도 단순한 부활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정언유착 체제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철 사장이 지난해 5월 방문진과의 불화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뒤 그와 비교적 가까웠던 김종국 사장이 후임으로 선출됐을 때도 김재철 체제의 연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 김 사장은 재임 9개월여 동안 김재철 전 사장이 무너뜨린 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보다 정권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 올해 초, 김재철 사장 때 방송 공정성을 요구하며 170일간 파업을 벌이다 해고·징계를 받은 노조원들이 법원에서 승소를 했는데도 이들을 원직 복직시키기는커녕 판결에 대한 반박 신문광고를 대대적으로 낸 것이 대표 사례다. 또 <피디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 굵직한 시사프로그램을 관할하는 시사제작국장에 국가정보원 관련 프로그램을 불방시킨 전력이 있는 문제의 인물을 발탁해 내부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여권 추천의 방문진 이사들은 17일 사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현 사장인 김씨를 탈락시켰다. 이는 김 사장으로는 부족하니 더욱 확실하게 정권을 편들 수 있는 인물을 사장으로 뽑겠다는 여권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런 구도에서 간택된 안 사장이 갈 길은 뻔하다.

공정성 회복 노력보다는 정치 편향과 종속이 가속화할 것이고,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지금보다 훨씬 격화할 것이다. 법원에서 징계 무효 판결을 받은 해고 노조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갈등을 잉태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방송에 대한 외부의 신뢰도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지상파 3사 가운데 뉴스의 공정성과 신뢰성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임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어렵잖게 예상된다.

문화방송의 불행은 사장 선임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쉽게 작용할 수 있는 체제에서 기인한다. 이번 선임 과정에도 6 대 3이라는 여야 대립 구도가 그대로 작용했다. 이는 <한국방송>(KB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공정성과 독립성을 가진 공영방송을 세우기 위해선 정권의 개입을 막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 이것이 이번 문화방송 사장 선임이 정치권과 언론계에 던지는 역설적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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