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막말과 억지 행진이 그칠 줄을 모른다. 김진태 의원의 ‘중국 후진국’ ‘음모론’ 발언에 이어 이번에는 윤상현 의원이 주한 중국대사관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와 간첩사건 피의자 유우성씨 변호를 맡고 있는 민변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며 “주심양(선양) 한국총영사관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 그것도 원내수석부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다. 중국과의 미묘한 외교적 문제가 깔려 있는 이번 사건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이는 태도는 몰상식과 치졸함의 극치다. 중국 쪽에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갈등의 불씨에 연일 기름을 끼얹고 있다. 만날 ‘국익’을 외치던 사람들이 오히려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국익 훼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중요한 사건만 터지면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게 새누리당이다. 청와대의 거수기로도 모자라 아예 돌격대 임무를 자임하고 있다. 당-청 관계의 재정립이니 상하·수직적 관계의 탈피니 하는 숙제는 내팽개친 지 오래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국정원, 외교부, 검찰 등 당사자들은 책임을 떠넘기며 도망치기 바쁜데 새누리당만 억지 논리로 이들을 비호하느라 동분서주한다. 이번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일단 우기고 보자는 식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하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게 억지를 부려서라도 정국주도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도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요 오판이다. 그렇게 할수록 점점 더 헤어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에 빠져들 뿐이다. 그것은 결국 박 대통령은 물론 당과 나라를 망치는 길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지금 국정원을 위한 방탄벽 노릇에나 골몰할 때가 아니다. 공무원들의 잘못을 찾아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집권여당의 최우선적 책무다. 법과 질서의 확립은 바로 이런 데 쓰라고 있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정신을 가다듬고 어떻게 하면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별검사제 도입,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 문제 제기 등 집권여당이 앞장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국정원 뒤치다꺼리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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