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26일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월세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을 세제혜택으로 덜어주고, 전세 거주자한테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확대하며,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민간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큰 변화를 줄 내용이긴 하지만, 무주택 서민들이 겪고 있는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
정부가 이번 방안에서,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집주인의 동의절차 없이도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세입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액 전세 수요자에 대한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지원 대상을 축소키로 한 것도 합리적인 개선 방향이다. 집을 살 여유가 있는 계층까지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전체 가계의 절반가량이 자고 나면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은 너무 한가하다. 전셋값은 전국 기준으로 2012년 8월 이후 1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곧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방식이 빠르게 전환하는 바람에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를 그대로 방치한 가운데 세입자에게 ‘대출 지원을 해줄 테니 집을 사든지 전셋값 올려주라’는 식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 든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 때문에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과 ‘준공공임대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들고나왔다. 공공임대사업에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민간 참여 확대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고, 안정적인 수익 보장은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관련 대책은 대부분 경기 부양을 위한 주택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왔으며 이번에도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다. 보편적 주거복지는 헌법에 명시된 정부의 책무다. 시장 활성화보다 서민의 주거안정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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