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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의자한테 협조 구걸하는 ‘증거 조작’ 조사

등록 2014-02-27 19:11수정 2014-03-04 17:09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상규명 조사가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에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내부조사 결과보고서를 건네받아 검토 작업에 들어갔으나 진상규명에 대한 회의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A4 용지 20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나름대로 상세히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으나 그 요체는 “조작은 없었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출입경 기록 등의 문건 입수에 관여한 현지 국정원 요원의 신원에 대해서도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또 자신들의 설명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문건 등 증거물도 첨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이 답변서는 정확히 말하면 피의자 쪽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검찰로서는 답변서 내용을 기초로 관련된 국정원 요원들이 누구인지, 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래서 국정원 쪽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증거 제출 요구나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필수적이며, 필요하면 압수수색 등도 실시해야 한다. 문제는 과연 검찰이 국정원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이런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의 진상규명 조사 활동이 지닌 치명적 한계는 피조사자인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하는 조사라는 점이다.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거나 이들로부터 진술을 받으려면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알리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도 걸림돌로 버티고 있다.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드러난 선양 총영사관 국정원 파견 직원 이아무개 영사에 대한 소환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거기다 검찰 스스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니 진상규명의 열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중국과의 사법공조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쪽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위조라고 밝힌 것은 발급 절차상의 문제일 뿐 ‘내용의 위조’는 아니다”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검찰 쪽 문서 3건을 위조라고 밝히면서 이들 문서와 상반된 내용의 변호인 쪽 문서를 진본이라고 확인한 점을 보면 국정원의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검찰이 이런 대목에 대해서라도 중국 정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 정치권의 불필요한 공방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7일 국회에 이번 사건의 특별검사 임명법 제정 청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의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할수록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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