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훈련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에 대한 대화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 사이 대화 수준을 높여 정세를 안정시키고 관계 진전을 모색하기 바란다.
북한은 27일 오후 동해 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4발을 쐈다. 앞서 24일 밤부터 25일 새벽에는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세 차례 침범한 바 있다. 북쪽의 이런 움직임은 24일 시작된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에 대응해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칫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남쪽과 미국 또한 해마다 해온 훈련이라고 하더라도 북쪽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더 주목되는 일은 북쪽이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 첩자’라며 체포해 억류하던 남쪽 선교사 김정욱씨의 기자회견을 27일 공개한 것이다. 김씨는 범법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북쪽 당국이 ‘자비’를 베풀어 석방해주기를 호소했다. 북쪽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공개한 의도는 인도주의적 현안을 내세워 남쪽을 압박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쪽은 일본에도 북쪽 내 일본인 유골 송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제안해, 양쪽 당국자가 배석하는 적십자사 접촉이 3월3일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정욱씨 문제는 북쪽이 1년4개월 동안 억류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경우와 비슷한 점이 있다. 북쪽은 이 사안을 활용해 미국 정부와의 대화 재개를 꾀하고 있다.
북쪽은 올해 초부터 일관되게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북쪽으로선 그만큼 국제적 고립을 완화하고 경제 개선에 필요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는 북쪽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으므로 더 밀어붙여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없잖다. 하지만 압박 일변도의 접근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남북관계가 좋을수록 비핵화 등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풀기 위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을 잘 마무리한 지금이 남쪽의 주도력을 높일 좋은 기회다. 정부는 지난 24일 구제역 방제 지원 뜻을 밝혔지만 북쪽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재 등에 비하면 구제역 문제는 작은 사안이다. 북쪽으로선 남쪽이 의도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늦추려 한다고 의심할 만하다. 남북은 지난달 고위급 접촉을 다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루빨리 당국간 회담이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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