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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일 관계 개선,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

등록 2014-03-02 18:41

박근혜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비교적 길게 일본 문제를 언급했다. 분량으로 따지면, 모두 125줄로 된 기념사 중 3분의 1가량을 일본 문제에 할애했다. 지난해 기념사에서 113줄 가운데 19줄만 일본 문제를 다뤘던 것에 견줘 크게 양이 늘어났다. 반면, 일본에 대한 비판 강도는 다소 약화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동맹국 미국의 요구를 배려하고, 일본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첫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취임식 특사로 온 아소 다로 부총리가 남북전쟁 운운하며 침략은 보는 쪽에 따라 다르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데 대한 반격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자극적 표현을 피했지만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기술, 집단자위권 행사 움직임 등 역사인식과 관련한 한-일 관계의 현안을 두루 망라해 짚었다. 표현은 완화했지만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요구는 더욱 구체화·다양화했다. 이는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 정권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독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여러 방면에서 역사 퇴행적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데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시대의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이러한 관계를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을 토대로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 등을 통해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고자 했던 역사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과거 반성을 담은 각종 정부 담화의 수정 움직임을 견제했다. 또한 “쉰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을 촉구했다.

과거사 인식 문제 말고도 한-일 간에는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사안이 많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이런 진전을 막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게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일본군 군대위안부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 교과서 검정에서 주변국을 배려하도록 한 미야자와 담화(근린제국 조항)의 수정 움직임이다.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 일본은 말로만 과거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 첫걸음이 고노 담화 등의 수정 움직임을 중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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