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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생사람 잡는’ 군 사법제도, 전면 개혁해야

등록 2014-03-04 18:39수정 2014-03-04 21:41

군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다루는 군 사법 체계가 엉망진창이다. 신상필벌이 아니라 조작과 보복이 난무한다. 국방장관 직속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수사와 같은 정치 사건에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 사건이 더욱 심하다. 군 사법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처리에 피해를 입은 억울한 피해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한겨레>가 3일부터 연재하고 있는 ‘기울어진 군 사법의 저울’이란 제목의 기획기사는 충격 그 자체다. 분노에 앞서 가슴부터 먹먹해진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간 귀한 아들딸의 인권이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힐 수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릴 뿐이다.

기사를 보면, 최근 자살한 사병의 조의금까지 떼어먹은 지휘관의 파렴치한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된 사건의 실체는 그게 아니었다. 그 밑에는 사건의 조작·은폐라는 엄청난 반인륜적 범죄가 숨어 있었다. 요지는 상급자의 가혹행위로 자살을 꾀한 김 일병을 발견하고도 구급차가 늦게 오는 바람에 인명구조에 실패하자, 지휘관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짜고 사망 시각과 진술서 등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지휘관의 강요로 허위 증언을 했던 병사가 제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니 신빙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김관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는 석고대죄하고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문제는 군의 횡포가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고소를 한 김아무개(26)씨는 갖은 회유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자, 제대를 닷새 앞두고 무고죄로 보복 기소되어 수년간 생고생을 해야 했다. 반면, 일반 사회에서는 마땅히 중형을 받아야 할 성범죄 군인들이 지휘관의 감경권 행사로 특사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군에서 이런 엉터리 사법 행위가 횡행하는 것은 지휘관이 입건부터 판결까지, 심지어 판결 이후까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전근대적 군 사법제도 때문이다. 이런 제도 아래서는 구조적으로 억울한 사병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전투력이 약화하고, 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게 뻔하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근대적인 군 사법제도의 전면 개혁에 나서기 바란다. 지금 사단급에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군사법원을 지역별로 광역화해 지휘관의 자의적인 개입을 줄이고, 지휘관이 형 감경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군사법원과 일반법원을 일체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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