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에선 임원추천제도의 파행 운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는 요식적 절차에 그치는가 하면, 아예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위원회가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른 부처 산하기관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이런 식으로 낙하산 인사들이 꿰어차면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폐해다. 업무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 정치권이나 주무부처의 힘에 기대 기관장과 감사, 집행임원과 비상임(사외)이사까지 꿰어차는 관행은 그야말로 후진적이다.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낙하산으로 임원이 들어선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경영성과가 저조할 뿐 아니라 내부의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정판이 참여정부 말기에 도입된 임원추천제도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은 비상임이사와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임원을 발굴하고 심사한 뒤 적격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고, 이들을 대통령이나 정부 각 부처의 수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임원추천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국민적 비난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낙하산 인사가 그 반증이다. 각 기관의 임원추천위원회가 법과 지침이 요구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데는 정치권과 정부 각 부처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정치권과 주무부처 등 외부의 입김에 휘둘려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공공기관 혁신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일방적인 입김에 휘둘린 결과가 바로 방만경영이고 부채의 누적이다. 일부 과도한 복리후생의 뿌리도 낙하산 인사 관행에 있다고 봐야 한다.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한 경영진일수록 내부의 인기에 영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는커녕 요식적 절차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말로만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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