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이 기간에 현재 63만3000명인 병력을 2018년부터 5년간 11만1000명 줄이고, 군 구조를 ‘1·3군 사령부-군단’에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군단’ 체제로 개편해 군단 중심의 작전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군사전략을 적극적 억제에서 능동적 억제로 수정하기로 했다. 적극적 억제가 상대의 도발에 단호한 응징으로 위기 상황을 조기에 종결한다는 개념이라면, 능동적 억제는 도발 징후가 있으면 선제타격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속 빈 강정이다. 어려운 과제를 모두 차기 정부로 미룬데다 늘어놓은 개혁 내용도 현실성이 없는 것이 태반이다.
우선, 군 구조 개혁의 핵심인 지작사 창설 시기를 전작권 전환 시기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단서를 단 것은 사실상 군 구조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북한의 도발 위협 증가를 이유로 다시 연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박 정권의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지작사 창설 시기를 전작권과 연계했다는 것은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걸 뜻한다. 사실, 지작사 중심의 군 구조 개혁안이 나온 것이 전작권 전환이 논의조차 되지 않던 노태우 정권 때부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둘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이는 대북 억지 전략을 자위 차원에서 능동적 억제로 전환하겠다는 방향과도 모순된다. 전작권이 없는 군이 어찌 능동적 억제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군 병력을 줄이는 문제도 박 정권 임기 동안에 1만5000명만 줄이고, 차기 정부에서 4년간 9만6000명을 줄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병력을 줄이는 시늉만 하고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군은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전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매년 평균 7.2%의 국방예산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요구다.
한마디로 이번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지금처럼 육군 중심의 낡은 군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계획이 합참의장 때 전작권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이명박 정권 때 국방장관으로서 직을 걸고 군 상부 지휘구조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했던 김관진 국방장관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대통령이 이런 안을 그대로 추인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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