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 문화방송(MBC) 신임 사장이 6일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거의 모든 임원들이 방송의 공정성을 파괴하고 내부를 분열시킨 김재철 전 사장 때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완벽한 ‘김재철 체제’의 부활이라고 할 만하다. 김 전 사장 때 부사장을 지낸 안광한 엠비시미디어플러스 사장이 새 사장에 선임되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보면, 부사장에 권재홍 보도본부장을, 보도본부장에 막판까지 사장 경쟁을 했던 이진숙 워싱턴지사장을 임명했다. 또 기획본부장엔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편성제작본부장에는 김철진 콘텐츠협력국장, 드라마본부장에는 장근수 글로벌사업본부 특임국장을 보임했다. 이 가운데 권 부사장, 이 보도본부장, 백 기획본부장은 안 사장과 함께 김재철 체제를 지탱했던 핵심 인사들이다. 특히, 기자 출신인 권 부사장과 이 보도본부장은 김재철 전 사장 때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조와 가장 강경하게 대립했던 핵심 인물이다. 결국, 김재철 사장이 빠진 자리를 그들이 한 칸씩 올라가며 차곡차곡 채운 셈이다.
김재철 체제로 돌아간 문화방송의 앞날은 암담하다. 문화방송 노조가 성명을 통해 “다시 한 번 증오와 보복의 광풍이 몰아치더라도 김재철 체제로의 퇴행을 온몸으로 막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임 경영진은 첫발부터 내부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체제를 문화방송 퇴락의 원인으로 보는 시민 및 언론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문화방송이 회사 안팎에서 지지를 잃고 불공정 방송을 계속 이어가는 한 결말은 뻔하다. 지금도 지상파 3사 중에서 공정성과 영향력 등에서 가장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 더욱 고착화할 것이고, 방송사로서의 존재감도 점차 옅어져 갈 것이다.
한때 시청자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던 방송사가 불과 몇 년 만에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몰락하는 걸 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굳이 교훈을 찾는다면, 공정성을 잃고 정치에 휘둘리는 방송은 절대 설 자리가 없다는 걸 최근의 문화방송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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