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흘 남짓의 일정을 끝내고 13일 마무리됐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총리 체제는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이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의 하나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중국이 부닥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 또한 드러냈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진 것은 주목할 일이지만 사안의 성격상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환경기준에 미달하는 차량을 도태시키는 등의 대책이 구체적인 결과로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중국 당국은 우선 미세먼지로 고통을 겪는 이웃 나라들에 충실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중국발 환경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신형대국’이라는 자부심에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은 이번에 지난해보다 12.2% 늘어난 국방예산을 내놓아 30년 가까이 계속된 두 자릿수 예산 증가율을 이어갔다. 시진핑 주석이 “어떤 시기,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국가의 핵심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일본 등과의 알력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중국이 국력에 맞춰 외교·군사 전략을 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하거나 이웃 나라들에 대한 위협 요인이 돼선 안 된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은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특히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동북아 평화구조 정착에 힘쓰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성장 목표를 지난해처럼 7.5%로 유지했다.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상품무역 1위로 올라서는 등 팽창을 거듭하고 있지만 문제도 많다. 이는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개막식 연설에서 개혁이라는 단어를 77차례나 언급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국 경제는 각종 격차 축소, 부패 척결, 부채 감축, 내수 확대 등의 면에서 개혁이 절실하며, 중국 경제의 개혁은 지구촌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정치 개혁 또한 중요하다.
중국은 이제 도광양회(숨어서 힘을 기른다)라는 전통적 외교 수사를 폐기하고 공공연하게 대국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양회 직전 쿤밍에서 발생한 테러에서 드러났듯이 모순 또한 커지고 있다. 중국이 책임 있는 신형대국이 되려면 중국인은 물론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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