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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민간의 ‘북한 비료 보내기 운동’까지 막으려는 정부

등록 2014-03-14 18:51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지난 13일 서울 사직공원에서 열기로 했던 ‘북녘에 비료 100만포대 보내기 운동’ 선포식이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홍사덕 의장은 ‘준비가 미흡해 선포식만 미룬 것’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화협 쪽은 선포식과 무관하게 비료 보내기 운동을 시작해 13일 오후 6시까지 7만3000여포대를 후원받았다고 14일 밝혔다.

민화협은 200곳 가까운 사회단체와 정당이 참가한 대표적인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1998년 결성돼 남북 교류·협력과 통일 관련 담론 형성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계획한 비료 보내기 운동은 4월까지 ‘국민 1인 1포대(20㎏), 1계좌 1만2000원’씩 모두 100만계좌를 모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렇게 남쪽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원하는 것은 북쪽의 식량난 해소는 물론이고 통일 기반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본격적인 농사철에 맞춰 지원이 이뤄지려면 애초 일정대로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제동을 건 이유를 확실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비료 지원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비료 지원은 인도적 사안 외의 모든 대북 지원과 교류·협력을 제한한 5·24 조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아니다.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진 뒤에도 남북관계가 냉랭한 것은 정부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정부 주요 인사들이 비료나 쌀 지원을 대북 제재 차원에서 다루거나 핵 문제 진전 등과 연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정부 차원에서 해마다 30만t 정도의 비료를 북쪽에 지원해왔다. 민화협이 계획한 양은 그것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14일 앞으로 출범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통일대박’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보이는 모습은 실질적인 통일 기반 조성과는 동떨어져 있다. 남북 교류·협력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통일만 얘기한다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리는 것으로 의심받을 뿐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모든 대북 교류·협력 통로를 독점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도 잘못이다. 통일은 정부 사이의 협상으로 갑자기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통일도 활발한 교류·협력이 밑거름이 됐다.

정부는 민간의 대북 교류·협력 움직임을 막을 게 아니라 최대한 지원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처 해제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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