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두고 국회가 19일 인사청문을 한다. 사상 처음 열리는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이다. 그 때문인지 금융시장 참가자와 정책 결정자, 학계의 관심이 많이 쏠리는 것 같다. 우리 경제의 엄중한 현실과 한은의 중요한 구실을 고려해 깊이 있고 생산적인 문답이 오가길 기대한다. 청문회에서 다뤄야 할 현안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좀더 중점적으로 짚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먼저, 한은이 왜 물가안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한은법을 보면, 한은의 주된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이다. 한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가안정 목표제를 시행중인데, 빗나간 때가 많다. 2013~2015년의 경우 물가안정 목표는 2.5~3.5%(연간 상승률)이다. 하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였고 올해 상승률 전망치(한은)는 2.3%로, 목표치를 밑돌았거나 밑돌 판이다. 그 전에도 목표치를 벗어난 해가 적지 않다. 한은이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 후보자는 국회에 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통화정책의 성패는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속한 대로 행동하는 언행일치 전통’을 확립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덧붙였다. 이 후보자 말과 한은 물가관리 실적에 견줘, 한은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 만큼 국회가 이 후보자한테서 물가안정을 통한 신뢰 회복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편에서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가계 부채 문제도 뒤로 미룰 수 없다. 10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큰 위험요인이다. 한은이 여기에 책임이 없지 않다. 기준금리 조정을 제때에 하지 못한 적이 꽤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어가는 데에 한은의 몫이 적지 않으므로 이 후보자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끝으로 고용증대를 위한 한은의 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말까지 고용률 70%(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달성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건 뒤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보다 고용률을 5%포인트 이상 높여야 하기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노동정책을 비롯한 미시정책과 재정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해 통화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은의 협조와 개입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논의가 없다. 이번 청문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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