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연일 4대강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하고 합당한 사업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정부 말기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총체적 부실’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납득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최장수 총리 출신인 김 전 총리가 4대강 사업을 “잘된 사업”으로 옹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는 면이 있다. 이제 와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요, 인간적 의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전임 총리 자격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서 4대강 사업 ‘송가’를 소리 높이 부르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우선 4대강 사업이 국민의 혈세만 쏟아부은 어리석은 국책사업이었음은 이미 생생히 목격하고 있는 바다. 5년간 22조원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으나 강에는 녹조가 끼고, 지천들은 바뀐 물길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져 내리고, 무리하게 축조한 각종 구조물은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유지보수에도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4대강에 설치된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떠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빠져 국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벌리고 있는 형편이다. 전임 총리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칭찬을 하고 나섰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가 ‘토건 숭배’의 철학을 지니고 수도 서울을 이끌어가겠다고 나선 점이다. 시멘트와 콘크리트에 의존하는 도시개발 사업이 미래 서울의 청사진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오히려 지금은 오랜 세월 불도저와 굴착기가 할퀴고 간 도시의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삶의 현장과 역사를 복원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그런데 김 전 총리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대표되는 ‘막장 개발의 완결판’인 4대강 사업을 옹호하면서 서울 시정의 책임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은 토건정책 숭배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할 뿐이다.
김 전 총리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서울이 절망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서울시민께 희망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4대강 옹호론을 접하며 희망보다 오히려 아득한 절망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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