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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강병규 후보자, 안행부 장관 자격 없다

등록 2014-03-19 18:50수정 2014-03-19 19:15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들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1997년 큰아들의 중학교 진학을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으로 부인과 아들의 주민등록을 옮긴 데 이어 2000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도 또다시 위장전입을 했다고 한다. 강 후보자의 부인은 부친한테서 물려받은 논밭을 소유하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위장전입이 인사 때마다 등장하는 고위공직자의 ‘필수과목’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다. 강 후보자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주민등록상의 주소지에서 제대로 살아온 고위공직자 후보 하나 찾아내는 게 그처럼 어려운 일인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강 후보자는 “자녀의 학업 목적이긴 하지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을 한 게 단순히 아들의 학교 진학 때문이고 본인이 사과했으니 그만 눈감아줘도 되는 것일까?

위장전입 고위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처리 기준’은 매우 들쑥날쑥하다.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는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 벌떼처럼 공격해 많은 사람이 낙마했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부분 그냥 넘어가고 있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 목적 등만 아니면 ‘과거의 관행’으로 관대히 봐주자는 분위기마저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고려해 백 보 양보한다고 해도 강 후보자의 경우는 그냥 보아 넘기기 힘들다.

무엇보다 그가 다른 부처도 아닌 주민등록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되려는 데 문제가 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위장전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입신고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2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가 이런 조처까지 취해 놓고 정작 ‘위장전입 범죄자’를 안전행정부 장관에 앉힌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경미한 위법 사항이라도 해당 부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상식에도 맞는다. 게다가 위장전입을 한 것은 그가 다른 곳도 아닌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철학과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여전히 절망적 수준이라는 점이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강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위장전입쯤이야’ 하는 도덕적 해이와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 보니 이런 자격 미달자를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이다. 위장전입 범죄자가 국민을 상대로 법과 질서를 외치는 코미디 같은 모습을 보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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